다시 태어나도 우리


투명한 유리병에 깨끗한 물을 담은 듯한 느낌이다. 채움이 있는 영화이다. 그리고 그 채움이 자극적인 것이 아닌 순수함을 가득 머금은 그런 채움.


거의 삼주에 걸쳐보았다.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서 그런지 보려고 해도 피곤함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. 여유가 없는 것은 내 마음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, 그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. 보면서 우리나라 영화 중 <집으로> 가 연상되기도 했고, 다큐멘터리 동행도 떠올랐다.


뭐랄까.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. 글을 쓰면서도 생각하지만 어떤 말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다. 뭔가 고요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고,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가고자 하는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모습.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.


걸친 것이 보잘 것 없어보이기도 하고, 사탕 하나 사먹는거에 돈을 아끼기도 하는 모습. 별 볼일 없는 모습. 그러한 모습들이 구질구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. 그렇다고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다. 그들의 모습을 고유하게 잃지 않고 간직하는 어떤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게 보였다.


누가 추천해주어서 보게 되었는데, 해당 영화는 취향이 맞다면 가슴 따뜻하게 볼 것이고 아닌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지루한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. 물론 나에게는 전자다.

Posted by double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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